충치 치료를 잘 마쳤는데, 오히려 치료 후에 이가 시리다면 당연히 불안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치료가 잘못된 건 아닐까?”, “충치를 덜 제거한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드시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레이 치료 후 일정 기간 시린 증상은 대부분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시림이 괜찮고, 어떤 시림은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인레이 치료 후 시림이 생기는 원리
치아는 겉에서부터 법랑질, 상아질, 그리고 가장 안쪽의 치수(신경)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충치가 생기면 법랑질을 넘어 상아질까지 세균이 침투하게 되고, 이 손상된 부분을 깨끗이 제거한 뒤 인레이로 채워 넣는 것이 치료의 과정입니다.
문제는 충치를 제거하는 과정 자체가 치아에 일종의 자극이 된다는 점입니다. 상아질에는 미세한 관(상아세관)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데, 이 관들은 치수 쪽 신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충치를 삭제하고 인레이를 접착하는 과정에서 이 상아세관이 일시적으로 노출되거나 자극을 받게 되면, 차가운 것이나 뜨거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치료 중에는 마취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린 것을 못느끼지만, 마취가 되어있는 순간에도 치아 내부의 신경은 자극을 계속 받았던 것이죠.
2. 시림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원인들
인레이 치료 후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며, 원인에 따라 경과가 달라집니다.
충치 깊이에 따른 신경 자극
충치가 상아질 깊숙이 진행되어 신경에 가까운 부위까지 삭제해야 했던 경우, 치료 후 시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충치를 남기지 않고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신경 가까이까지 삭제가 이루어졌다면 그만큼 신경이 받는 자극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시림이 2~4주, 길게는 2~3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지만, 치수가 건강하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됩니다.
접착 과정에서의 자극
인레이를 치아에 붙이는 접착 과정에서도 시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치아 표면을 산성 용액으로 처리(에칭)하고 접착제를 도포하는데, 이 과정이 상아세관을 통해 신경에 미세한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림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일시적인 반응입니다.
교합(물림) 문제
인레이를 장착한 후 교합이 미세하게 높은 경우에도 시림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의 시림은 단순히 차가운 것에 반응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음식을 씹을 때 특정 부위에 통증이 집중되거나, 딱딱한 것을 물 때 찌릿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교합이 높으면 해당 치아에 과도한 힘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치수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런 증상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교합 조정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합 조정은 인레이 표면을 아주 미세하게 다듬는 간단한 과정이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3. 정상적인 시림 vs. 다시 진료가 필요한 시림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시림이 그냥 두면 나아지는 건지, 아니면 다시 치과에 가야 하는 건지” 판단이 어려우시죠. 아래 기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시림의 특징:
-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에 닿을 때 순간적으로 시리지만 자극을 제거하면 바로 사라진다
- 날이 갈수록 시림의 강도와 빈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 자극 없이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
- 치료 후 4주 이내에 점진적으로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시림의 특징:
- 자극 없이도 자발적으로 욱신거리거나 박동성 통증이 느껴진다
- 차가운 것보다 뜨거운 것에 더 심하게 반응한다
- 시림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
- 밤에 누워 있을 때 통증이 더 강해진다
- 치료 후 4주가 지나도 전혀 호전이 없다
뜨거운 것에 대한 통증 반응이나 자발통(가만히 있어도 아픈 증상)은 치수(신경)에 비가역적인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경우 단순한 경과 관찰로는 해결이 어렵고, 신경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빠른 진료를 권해 드립니다.
4. 시림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관리법
치료 후 일시적인 시림이 있는 기간 동안에는 몇 가지 생활 습관을 조절하시면 불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선, 치료 후 1~2주간은 치료 부위 쪽으로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드시는 것을 피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가 신경에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지근한 온도의 음식과 음료를 드시면 신경이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치료받은 쪽으로 딱딱한 음식을 강하게 씹는 것은 당분간 자제해 주세요. 인레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치료 후 예민해진 치아에 과도한 교합 압력이 가해지면 회복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인레이 재료별 시림 차이가 있을까?
인레이 재료에 따라 시림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료 자체가 시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재료의 물리적 특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금(골드) 인레이는 열전도율이 높아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의 온도가 치아 내부로 빠르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직후 온도 자극에 조금 더 민감하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금은 생체친화성이 우수하고 치아와의 적합도가 높아 장기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인 재료입니다.
반면 세라믹(도재)이나 레진 계열 인레이는 열전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온도 자극 전달이 덜한 편입니다. 다만 접착 과정이 골드 인레이보다 복잡하여, 접착 과정 자체에서 오는 초기 민감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셨든 치료 후 일시적인 시림은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 동일한 경과를 보이며 호전됩니다. 재료보다는 충치의 깊이, 남아 있는 치질의 양, 그리고 치수의 건강 상태가 시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마무리하며
인레이 치료 후 시린 증상은 치아가 회복 과정에서 보내는 일종의 신호입니다. 대부분은 치아 스스로 보호 기전을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만, 모든 시림이 다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시림의 양상과 경과를 잘 관찰하시면서, 앞서 말씀드린 “다시 진료가 필요한 시림”의 특징이 나타난다면 미루지 마시고 담당 치과에서 확인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조기에 대응할수록 치아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